[남북 '8·25 합의'] 북한, 확실한 사과·재발방지 약속했나…가해자 빠진 '유감' 논란

입력 2015-08-25 18:13  

홍용표 장관 "북측 사과주체 명기한 첫번째 사례"
전문가 "북한, 도발과 무관하다면 유감 표시했겠나"
청와대 "조건부 방송재개가 더 센 재발방지 방안"



[ 장진모/마지혜 기자 ]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직후 청와대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이 합의한 공동보도문 2~3항을 보면 북한이 남측이 요구했던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보도문 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돼 있다. ‘북측’이란 주체가 들어가 있지만 가해자가 적시돼 있지 않다. 또 사과가 아닌 ‘유감’이란 표현을 썼다.

모호한 합의문…‘정치적 해석 해야’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페이스북 이용자 김성진 씨는 “나도 앞으로는 ‘사과’와 ‘죄송’이란 말 대신 유감이란 말만 써煞渼?rdquo;고 했다. 반면 김말숙 씨는 네이버 댓글에서 “유감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북한이 잘못을 시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외교문서의 유감 표명은 사과의 의미로 사용된다”며 “사과의 주체도 북측이라고 분명히 적시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과거 특정 사안에 유감을 표명할 때 주어를 생략하거나 ‘남과 북’ 등의 표현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우리 정부에 북한을 주어로 해 사과, 유감 표명을 확실하게 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문구 해석’이냐 ‘정치적 해석’이냐의 차이로 봐야 한다고 했다. 남북 공동보도문은 외교문서인 만큼 정치적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측이 지뢰 도발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무슨 이유로 유감을 표시했겠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이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사과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측도 유감 표명의 주체로 들어갔지만 가해자가 적시되지 않음으로써 지뢰 도발 책임에서 빠져나갈 여지를 마련했다. 예컨대 ‘우리는 하지 않았는데 사과를 왜 하느냐. 다만 같은 민족의 군인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은 인도주의 차원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체제 성격상 지뢰 도발을 인정하고 그것을 문서로 남기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남북이 서로 합의문의 모호성을 인정構?정치적 해석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발 방지 안전장치는 확성기?

재발 방지 약속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낮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는 3항을 근거로 북한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다시 도발을 자행할 경우, 즉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틀겠다는 점을 분명히 적시함으로써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발 방지라는 표현은 없지만 재발하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는 ‘페널티’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더 센 재발 방지 방안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보도문 2항은 남측이 북쪽의 입장을 수용해 한발 물러선 측면이 있고, 3항은 북측이 남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양보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측은 협상에서 확성기 철거를 요구했지만 우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고 교수는 “우리가 북측을 무조건 굴복시키겠다고 했다면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장진모/마지혜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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